
요즘 주변을 보면 연애 이야기보다 재테크 이야기를 더 자주 듣는다. 친구들끼리 만나면 “요즘 어디에 투자했어?”, “청년 우대통장 써봤어?”, “이번에 ETF 수익 괜찮더라” 같은 말들이 먼저 나온다. 예전 같았으면 썸 이야기, 소개팅 후일담이 오갔을 자리인데 이제는 진지한 돈 이야기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나도 궁금했고, 문득 나 자신에게도 묻게 됐다. 지금 나는 사랑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1. MZ세대에게 연애는 선택, 재테크는 생존이다.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부터 나의 관심은 점점 ‘현실’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사랑이 전부이던 시절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에 나오고 돈을 직접 벌기 시작하면서, 연애는 내 삶의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되었다. 반면 재테크는 ‘안 하면 안 되는’ 생존 수단처럼 느껴졌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오르고, 집값은 멀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사랑이 우선순위가 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 연애는 많은 자원을 요구한다. 시간, 감정, 에너지, 그리고 돈까지. 연애를 하면 매 순간 누군가를 배려해야 하고, 데이트 비용도 부담된다. 그러다 보니 연애를 시작하는 것보다 혼자 있는 쪽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 또한 누군가를 사랑하고,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마음보다 “지금은 내가 나를 챙겨야 할 때”라는 생각이 앞선다. 이게 바로 MZ세대의 ‘현실 감각’ 아닐까 싶다.
2. 사랑 대신 투자에 몰입하는 이유?
내가 처음 주식 계좌를 개설한 건 대학 졸업 직후였다. 당시엔 그냥 용돈 불리기 정도의 가벼운 생각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게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필수 전략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와 비슷한 친구들도 하나둘 투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요즘은 ‘연애 상담’ 대신 ‘포트폴리오 상담’을 하는 날도 많다.
사랑은 내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지만, 돈은 내가 공부하고 움직인 만큼 결과가 따라온다. 그래서인지 투자는 어느 순간 연애보다 더 매력적인 활동이 됐다. 사랑은 불확실하고 감정 소모가 크지만, 재테크는 수익률이 명확하고 목표 설정이 분명하다. “연애해도 결혼은 못 할 텐데, 그 시간에 종잣돈이라도 모으자”는 게 친구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특히 MZ세대는 부모 세대와 다르게, ‘희생적인 사랑’보다는 ‘현명한 선택’을 중시한다. 감정에 휘둘리기보다는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고, 감정보다 수익률에 더 솔직하다. 누군가는 이걸 냉정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나는 이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만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그렇게 만들었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을 뿐이다.
3. 그래도 마음 한구석엔 사랑을 향한 갈증이
그렇다고 해서 사랑이 아예 필요 없다고 느끼는 건 아니다. 아무리 바쁘고, 돈이 중요하다 해도, 혼자라는 외로움이 문득 찾아오는 순간들이 있다. 누군가와 따뜻하게 밥 한 끼를 먹고 싶고, 오늘 있었던 일을 아무렇지 않게 털어놓고 싶은 마음. 그건 돈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감정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연애가 내 삶의 중심이 되긴 어렵다. 우선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감정에 기대기보다는, 나 자신을 믿고 밀어붙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연애는 그 이후의 이야기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물론 언젠가 누군가와 가치관이 잘 맞고, 서로의 삶을 응원해 줄 수 있는 관계를 만나면 좋겠다는 바람은 여전히 있다.
MZ세대의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연애를 외면하는 게 아니라, 지금은 나를 먼저 사랑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그래서 사랑보다 재테크를 선택하는 건 ‘포기’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조정’일 뿐이다. 사랑도 중요하고, 돈도 중요하다. 다만 지금 이 순간 나에게 더 시급한 건 안정된 미래라는 것, 그 사실을 외면하지 않는 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지는 않는다. 투자에 집중한다고 해서 사랑이 필요 없다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단지, 지금의 시대와 현실 속에서 가장 현명한 방법을 선택하고 있을 뿐이다. 혹시 오늘 당신도 사랑과 재테크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자신에게 가장 솔직한 질문을 던져보자. “지금 내 삶에서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인가?” 그 답이 곧 당신의 선택이 될 것이다.